겨울 남자 겨울 남자 설강 유장원 기다리고 있다기보다 버티고 있는 듯합니다 여름과의 이별에 심한 내상을 입었지만 겨울의 만남은 가을의 보약이 보탬이 된 듯합니다. 눈 쌓인 거리에서 눈사람처럼 서 있습니다. 기다리기엔 이런 모습이 견딜 만합니다. 세월이란 게 때처럼 밀면 벗겨질 듯한데 산.. 가제트 자작 시 2016.01.15
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며 겨울 햇살을 토막 낸 오후는 무덤덤하게 껌뻑 거리고 어둡기 전까지 흔들리던 시간이 빨간 신호등 아래 정지해 버립니다. 다른 길에 양보하란 신호지만 잠시 멈추란 거지요. 멈추어서 옆도 보고 뒤도 보고 그리고 나를 보라는 거지요. 검은 눈 수북한 도로 옆으로 무심한 .. 가제트 자작 시 2016.01.02
옹이 전설 옹이 전설 설강(雪江) 유장원 바람까지 침몰하는 어두운 숲에 낯선 여인 하나, 나를 읽는다 지워버린 기억들 하나 둘 도토리 모으듯 꺼내는데 셋 넷 도토리 같은 눈송이 다시 나를 덮는다 눈 쌓인 그녀에게서 옹이가 보인다 옹이가 옹이를 만나면 아문다는 원주민 전설을 기억해 내며 그녀.. 가제트 자작 시 2015.11.28
겨울 길 겨울 길 설강 유장원 한 사람이 길에서 얼어 죽었다고 한다 신문 부고에 이름조차 나오지 못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길에서 얼었다고 한다 살얼음이 뿌려진 길이 천천히 가라 앉고 있고 사람이 뿌리친 손을 길이 잡고 있었다 길이 울고 있었다 눈 흩날리는 길 위에서 버려진 손들 흩어지고.. 가제트 자작 시 2015.11.04
로또 로또 설강 유장원 (읽을 때 여학생들 수다 떨듯이 읽으십시요) 이를테면 맨 마지막 단어를 약간 올려서) 사람이 숫자를 찍고 컴퓨터가 그 숫자를 그대로 찍으면 엄청난 돈에 찍힌다 그걸 위해 매 주 찍는다 그런데 컴퓨터가 아닌 사람에게 찍혀 본 사람은 찍으면 찍는다는 걸 안다 허약한 .. 가제트 글방 2015.10.28
(꽁트) 낙엽 그 녀(2) 낙엽이 쫙 깔린 서소문 공원은 시간이 어중간해서인지 인적이 별로 없었다. 햇살이 공원을 따스하게 하면 바람이 훼방을 놓으면서 낙엽을 쓸어가고 나무 밑동에는 쓸려 온 낙엽 뭉치들이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있었다. 벤치는 공원 한 가운데에 커다란 단풍 나무 밑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어.. 가제트 글방 2015.10.10
(꽁트) 낙엽 그 녀(1) 그 날도 꼭 이렇게 따스한 가을 햇살이 복도 난간을 비추고 있었다. 종로를 벗어나 서소문에 새로 지었다는 학원 건물은 꼭 형무소 같아서 창살 없는 감옥이었고 복도 난간도 가슴까지 오도록 만들어서 무슨 자살 방지 턱 같은 느낌까지 드는 그러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난간을 통해 쉬.. 가제트 글방 2015.10.08
가을 밤 가을 밤 설강 유장원 까만 밤 둘로 쪼개불고 누런 달 반 훔쳐가불고 뉘기여 벌건 홍시 몇 개 제비 물고 가불고 개 짓는 소리 기어코 담 넘어 따라 가불고 잎사귀 후두둑 공중제비 하나 둘 세에엣 달 밤에 체조하다 머리 쳐박아불고 밤 더 쪼개기 전에 밤 누군가 다 먹기 전에 밤 새기 전에 .. 가제트 자작 시 2015.09.15
가을 섬 가을 섬 설강 유장원 결국 오고야 마는 것을 깃발 사라졌던 그 곳에서 다시 보이는 선선한 바람 남겨진 여름이 아직 뜨거운 모래밭 보낼 수 없다는데 가야만 한다고 섬이 부른다 그리운 건 견딜 수 있지만 외로운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배 한 척 보낸 섬은 가을 하늘 두고 갈 뭍은 여름 바다.. 가제트 자작 시 2015.08.19
은하수 은하수 설강 유 장원 분명 저 은하수 속엔 별도 아닌 것이 반짝이며 행세하고 있는 것이 있을 터너는 가서 그 놈을 잡아 정체를 밝혀라 해괴한 명령을 받아 밤하늘을 날면서 보니 너는 가서 눈 아닌 것이 나올 때까지 눈을 치우라던 내무반 고참이 은하수 한 가운데서 혀를 내놓고 반짝인.. 가제트 자작 시 201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