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트 자작 시

겨울 남자

밴쿠버가제트 2016. 1. 15. 09:37

겨울 남자

                                       설강 유장원

기다리고 있다기보다
버티고 있는 듯합니다
여름과의 이별에 심한 내상을 입었지만
겨울의 만남은 가을의 보약이 보탬이 된 듯합니다.


쌓인 거리에서
눈사람처럼 있습니다.


기다리기엔 이런 모습이 견딜 만합니다.


세월이란 게 때처럼 밀면 벗겨질 듯한데
산에서 굴린 눈덩이처럼 쌓여만 갑니다.


버리지 못한다면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처럼......


벗길 모른다기보다
벗기기 힘든
녹은 넘어진 눈사람의 까만 단추 눈알입니다.
기억은 그처럼 강렬하게 버티다
기다리다 
새까맣게 타버리는 걸까요


버텨 세월이
남겨진 겨울 어떻게 넘어갈까

눈사람처럼 꼼짝 말고 바라보려 합니다


다행히 거리는 아직
눈이 남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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