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남자
설강 유장원
기다리고 있다기보다
버티고 있는
듯합니다
여름과의 이별에
심한 내상을
입었지만
겨울의 만남은 가을의 보약이 보탬이 된 듯합니다.
눈 쌓인 거리에서
눈사람처럼 서
있습니다.
기다리기엔 이런 모습이 견딜 만합니다.
세월이란 게 때처럼 밀면
벗겨질 듯한데
산에서 굴린
눈덩이처럼 쌓여만
갑니다.
버리지 못한다면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처럼......
벗길 줄 모른다기보다
벗기기 힘든
건
녹은 채
넘어진 눈사람의 까만 단추
눈알입니다.
기억은 그처럼
강렬하게 버티다
기다리다
새까맣게 타버리는 걸까요
버텨 온 세월이
남겨진 겨울을 어떻게
넘어갈까
눈사람처럼 꼼짝 말고 바라보려 합니다
다행히 거리는 아직
눈이 좀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