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전설 설강(雪江) 유장원 바람까지 침몰하는 어두운 숲에 낯선 여인 하나, 나를 읽는다 지워버린 기억들 하나 둘 도토리 모으듯 꺼내는데 셋 넷 도토리 같은 눈송이 다시 나를 덮는다
눈 쌓인 그녀에게서 옹이가 보인다 옹이가 옹이를 만나면 아문다는 원주민 전설을 기억해 내며 그녀에게 옹이를 대어본다 다섯 여섯 도토리 쌓여간다
우리를 지켜보는 숨죽인 나무들 사이에서 딱따구리 톡톡 톡 톡 제 맘대로 휘갈기며 그녀를 다듬는 저녁 일곱 여덟 그리고 아홉 도토리 별들 영글어가고 전설처럼 옹이 사라진 그곳을 열 손가락 쓰다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