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
설강 유장원
한 사람이 길에서 얼어 죽었다고 한다
신문 부고에 이름조차 나오지 못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길에서 얼었다고 한다
살얼음이 뿌려진 길이 천천히 가라 앉고 있고
사람이 뿌리친 손을 길이 잡고 있었다
길이 울고 있었다
눈 흩날리는 길 위에서 버려진 손들 흩어지고 있었다
버려지고 얼어가는 모든 것을
길이 잡고 있었다
버려지면 낙엽이 된다
나무에 붙어 나무를 나무답게 하던 잎사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에게서 버려지고
길이 잡고 있었다
길 위에 버려진 나를 지탱해 주던 살얼음이 조금씩 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