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트 자작 시

겨울 길

밴쿠버가제트 2015. 11. 4. 10:03

겨울 길


                                 설강 유장원


사람이 길에서 얼어 죽었다고 한다

신문 부고에 이름조차 나오지 못하는 사람의 인생이 길에서 얼었다고 한다

살얼음이 뿌려진 길이 천천히 가라 앉고 있고

사람이 뿌리친 손을 길이 잡고 있었다

길이 울고 있었다

흩날리는 위에서 버려진 손들 흩어지고 있었다

버려지고 얼어가는 모든 것을

길이 잡고 있었다

 

버려지면 낙엽이 된다

나무에 붙어 나무를 나무답게 하던 잎사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에게서 버려지고

길이 잡고 있었다

 

위에 버려진 나를 지탱해 주던 살얼음이 조금씩 녹고 있었다

'가제트 자작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해를 보내며  (0) 2016.01.02
옹이 전설  (0) 2015.11.28
가을 밤  (0) 2015.09.15
가을 섬  (0) 2015.08.19
은하수  (0) 201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