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 요약
'바보들의 행진'과 '고래 사냥'으로 이어지는 경쾌한 그들만의 행진.
1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다시 만난 바보들의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그들의 사랑이 시골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의 하늘을 수놓은 만국기의 펄럭임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데....
여기서 잠시 옆 길로 새자.
어떤 모임(50대 연령층이 주류)에서 요즘 가수 이야기가 나오다가 '자탄풍'에 대해서 아는지 물어봤다.
별 희안한 대답들이 다 나오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자탄풍'은 그룹 가수 '자전거 탄 풍경'의 약자로 이를테면 '노찾사'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약자인것과 같다.
이름 참 잘 지었다.
'자탄풍'의 히트곡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영화 '클래식'의 한 장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봄의 빗방울처럼 경쾌하게 쏟아지고, 카메라는 상민(조인성)과 지혜(손예진)가 상민의 겉옷을 머리 위에 두른 채 마치 개울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폴짝거리며 건너듯, 캠퍼스를 퐁퐁 뛰어가는 장면을 어떤 땐 훔쳐보듯, 어떤 땐 놀리듯 또 어떤 땐 같이 물장구 치듯하며 담아 낸다.
빗속을 짝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걸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비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우산(여기선 상민의 겉 옷)이 한 개밖에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우산도 없이 비 속을 같이 뛰던 두 사람은 우산을 통하여 엮어진다.
그 방식이 포스터에 나와 있는 문구대로
'우연히,우연히,우연......'
'그러나 반드시...'
영화는 엄마의 숨겨졌던 20여년 전의 연애 편지를 통해 대를 이어 충성(?)하는 모습을 그린다.
숨겨졌던 엄마의 사랑 이야기를 본다는 짜릿함이 어느 날, 정말 영화처럼 그 사랑의 주인공으로 내가 바뀐 기분?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ㄴ껴지던 고래 잡으러 떠난 바보들의 이야기가 20년이 지난 후에도 내 주위에서 여전히 펼쳐지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야기의 구조는 7,80년대와는 많이 다르다.
카메라도 디테일해졌고 바보들과 그들의 캠퍼스도 세련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의미는 대를 이은 바보들의 짝사랑이다.
지혜의 짝사랑은 과거 엄마였던 주희(손예진)의 짝사랑-물론 대상이 뒤바뀌긴 했지만-의 다양한 사건과 물건을 통하여 이어진다.
아까 예를 들었던 비,우산 그리고 반딧불,편지 등등
20년 전에 부모 세대의 사랑을 표현하고 전해주던 물건들이 자식 대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시간이 흘렀다고 변색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중한 것일수록 계속 남아서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는것이다.
바보들의 사랑 역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 영화로 가자.
'바보'를 영화 제목으로 딴 '바보(2008)'는 이 글의 제목과 주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영화다.
만화라면 밥먹으면서 책장을 넘기던 나에게 만화가 원작인 영화이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주위-여동생까지도-로부터 따돌림을 받던 바보 '승룡(차태현)'이는 자신의 초등학교 때 짝사랑인 '지호(하지원)'을 다시 만나면서 여동생과 친구를 향한 짝사랑을 통해 그 주위를 따뜻하게 한다.
이 영화에서도 바보와 주위 사람들을 사랑으로 연결해주는 매개물이 등장하는데 별,눈,피아노,신발,토스트 등이 그것이다.
매개물만 보아도 시적 상상력이 쏟아지지 않는가?
그러나 '승룡'이의 짝사랑이 전염되었음을 강하게 나타내주는 것이 병으로 쓰러졌던 여동생 '지인'이가 오빠 '승룡'이의 사망 신고를 하러 간 동사무소에서 '그 사람이 내 오빠구요, 내가 그 사람 동생이예요'를 부르짓는 장면이다.
승룡이가 지인이를 업고 병원에서 부르짓던 그대로...
힘들어도 슬퍼도 웃는 것이 바보이다.
그리고 그 바보를 통해 다시 제자리를 찾은 보통 사람들은 바보에게 빚을 진 것이다.
토스토 가게 주인이 된 건달 친구 '상수'와 피아노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지호'는 우리들의 얼굴이다.
바보를 통해 제 자리를 다시 찾은....
좀 긴 항해를 했지만
이제 이 글의 주제로 돌아 가야할 때가 되었다.
'바보들의 행진' 마지막 편,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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