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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트의 캘거리 短想(8)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밴쿠버가제트 2009. 9. 8. 13:25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노래를 눈물,콧물 흘리며 불러 사람도 있을 것이며, 군중 속에서 친구들이 부르니 따라 불렀던 사람도 있을 것이요 아니면 노래를 들으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고 이빨과 아랫 이빨이 자동으로 격하게 만나면서 부드득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으리라.

 

마지막 예는 훈련소에서 자대 배치를 받자 마자 만난 순경(전투경찰의 경우에는 순경이 하사관의 임무를 본다) 경우이다.

순경이 자대 배치를 방금 받은 나를 비롯한 새파란 쫄병들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아냐고 물었는데, 군기가 바짝 상태에서 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가 나의 좌측 갈비뼈와 순경의 우측 군화발이 차례 거칠게 충돌한 거의 기절해 있는 나에게 다시는 안다고 얘기하지 말라는 자상한 목소리를 희미하게 들려주고는, 밤이 되어서는 술을 거나하게 먹으면서 나를 때린 이유를 눈물이 앞을 가리도록(?) 감동적이게 설명한 이후로 그런 사람의 입장도 이해할 있게 되었다.

이유인 어린 나이에 군대를 지원했는데   데모하는 학생들 때문에 무지 고생했기 때문에 데모했다는 놈들을 만나면 피가 꺼꾸로 솟아서 팬다는 아주 단순한 것이어서 오히려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노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요즘 노래가 줄기차게 생각나는 이유는 사실 가사 때문이다

가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린 노래로서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1980 12)에서 가사를 따와 광주지역 문화운동가인 김종률씨가 작곡을 하였고 여기에 맞춰 황석영씨가 개사하였다.

 

이 노래는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시민군 대변인으로 도청에서 전사한 윤상원과 1979 겨울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굿 '넋풀이'에서 영혼 결혼을 하는 두 남녀의 영혼이 부르는 노래로 발표되었다. 그 뒤, 1982에 제작된 음반<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위키 백과 참고)

 

젊었을 때에야 그 끊는 피때문에라도 혁명이니 개혁이니 하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후끈거리는데 하물며 뜨거운 맹세산 자여 따르라고 주문하는 그 부름에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식어져가는(?) 피 덕분에 노래를 불러도 별 반응이 없지만 요즘 오히려 가사에 더 마음이 와 닿는 이유는 그렇게 목이 터져라고 사랑도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라고 외치며 달려 나갔던 친구와 동료들 대부분이 뜨거운 맹세앞서서 나가자는 남김없이 다 버리고 그 사랑명예이름에 아둥바둥거리며 사는 모습이 웬지 쓸쓸해 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군대에서 만났던 그 순경처럼 단순하게 패는 입장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젊은 피와 열정을 자유정의를 위해 몸부림 쳤던 그 때 그 사람들이 이젠 자신의 이름자신의 명예에 정열을 남김없이 쏟아 붇고 있는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이제와서 무엇인가를 남기기 위해 그 때의 그 뜨거운 맹세를 최루가스처럼 흩날려도 되는것인가?

 

나이가 들면 명예에 대해 보다 관심이 많아진다고 한다.

50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랑도 20대에 느꼈던 것과 다르다는 느낌을 갖는다.

좀 식어진 반면에 더 넓어졌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건 아니지만 다른 성()에 품었던 감정보다 사랑 그 자체에 더 다가섰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나 할까

이젠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낸지도 꽤 되지만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 아픈 마음이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난 지금 다시 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路祭)에서 연주되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남김없이 털어 버렸던 그 때의 그 자유함이 무척 그리워서  다시 한 번 모든 것 털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동지들이여!

 

이제 다시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정한 진리와 자유를 위하여 남김없이털어 버리는 건 어떨까하며 조용히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