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트 글방

장돌뱅이 일기-배설

밴쿠버가제트 2012. 7. 29. 12:32

무언가가 안에 꽉 차 있어

더 이상 들어 올 틈이 없다면

반드시 그 무언가를 밖으로 내 보내야 하느니.....


차 문을 열고 황급히 벌판에 오줌을 갈긴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할 겨를도 없었지만

누가 본다고 한들 어쩔 수도 없겠지

오래도록

밖으로 그 무언가를 보내고 나서

안과 밖이 다 평안하다 


벌판은 언제나 비어 있어서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나를 무심히 받고   

편안히 보낸다 


비어진 몸으로 가볍게 차 문을 닫고 

간다 

말없이 


배설을 한 난 유쾌하지만

배설을 받은 벌판은 잘 가라고 한다  


벌판에게 배설은 숙명같은것일까?

새똥으로 얼룩진 차의 유리창에서

피할 수 없는 번짐을 본다


안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  

꽉 차면 반드시

밖으로 나가

벌판을

생명을

숙명을 만나야 한다.


아득한 벌판이 

아늑한 자궁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