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만큼 문학적 상상력을 답답하게 만드는 도시도 드물다.
어디 캘거리 뿐이겠는가?
알버타에 자리 잡은 여다 중소 도시들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축 쳐져 있는 느낌을 준다.
100년 밖에 안 된 도시들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민 온 지 한 두해는 하늘만 보고 다녀도 흐믓했다.
빽빽히 솟아 올라 고개를 쳐 들어야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는 서울과 인근 도시만 보다가 온 나에게는 다운타운만 벗어 나면 고층빌딩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어 하늘과 시선을 맞추기 쉬운 캘거리의 하늘이 환상적이었다.
그 색깔 또한 얼마나 매력적이었던가?
그러나 도시의 속성은 도시에 속한 사람을 하늘만 보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길 않는다.
시선을 시내쪽으로 돌리면 비슷한 형태, 같은 색깔의 성냥갑을 죽 이어놓은듯한 주택들이 눈을 침침하게 하고 10블럭정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운타운 고층빌딩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유일한 강인 보우강은 한숨이 나올 정도인 강폭때문에 사실은 개천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니 이 곳도 별 볼이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유렵처럼 장구한 역사와 유서 깊은 장소가 있어서 그 역사속에서 숨쉬는 인물들을 끄집어 내기도 힘들기 때문에 알버타에서는 캐나다의 베스트셀러인 “빨강머리 앤”같은 아이가 태어나기가 어렵고 더군다나 “올리버 트위스트”같은 명작의 탄생은 요원할 것 같다.
아니라고?
밴프가 있다고?
밴프는 관광지로 돈벌이의 수단이 된지 오래다.
하키도 있다고?
물론 알버타처럼 두 군데의 도시가 북미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주(州)도 드문만큼 알버타는 하키의 주(州)라고 해도 시비걸 사람 아무도 없다.
하키를 주제로 한 유명한 아동 소설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퀘벡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로슈 까리에(Roch Carrier)의 하키 스웨터(Le Chandali de Hockey, 영어로는 The Hockey Sweater) 가 그것인데 퀘벡의 불어 사용자들이 겪는 언어적,문화적 갈등을 아이의 하키 유니폼과 엄마와 아이와의 세대간 갈등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했다.
영화로 눈을 돌리면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1990)”,”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1994)”,”용서(Unforgiven,1992)”등이 알버타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된 적은 있어도 알버타가 주제가 되어 찍힌 것은 없다.
아직 소설로나 영화로의 접근이 아쉬운 알버타이고 보니 한 때 유행했던 우스개소리를 패러디해서 작품 하나를 만들어 보면…
적군을 만들기가 어려운 나라이다보니 누가 쳐들어 올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겠지만 일단 만만한게 아랫 동네고 현재 지구를 온통 쑤셔놓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므로, 미국이 도발한다는 가정을 하자.
2010년 미국의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오바마는 캐나다의 수상에게 협박조로 수로의 개방을 원했으나 캐나다도 더 이상의 물 공급은 자국 국민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거부를 하였다.
이에 미군은 월등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서 선전포고도 없이 남부 알버타의 국경을 넘어 왔다.
캐나다 수상은 긴급 전화로 알버타 수상에게 방어를 명했고 알버타 수상은 제 1급 작전을 개시했으니 바로 집무실 금고를 열고 잠겨 있던 버튼을 누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캘거리 타워에서 레이저 빔이 스탬피드 구장으로 발사되고 돔 구장의 뚜껑이 열리면서 트랜스 포머 로봇(옛날 버젼에는 마징가 Z로 되어 있지만 요즘 얘들이 잘 알지 못하고, 아무튼 버젼업시켜서)이 람부기니 자동차 모습으로 푸슝하고 솟구쳐 올라와서는 훌러덩,홀까닥 뒤집히고 자빠지고 별 지랄(?)을 잠깐 동안 하고 나면 멋진 로보트가 되어서 쳐들어 온 미군을 이리 치고 저리 휘둘고 요리 빼고 저리 피하는 엄청난 액션으로 한 판 붙고 나선 미군을 버뮤다 삼각지대에 다 빠뜨리고 캐나다가 승리하게 된다는 공상 과학 액션 영화를 만든다.
히히덕거리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뒤통수가 번쩍하고 고통이 감지되면서 눈알이 아주 잠깐동안 외출하고 돌아 온 후 별을 헤고 있다.
별 하나에 나와
별 하나에 아 아파 …. 이 씨 xx
마누라가 보이고
씩씩대는 입김이 느껴지고
갑자기 추워지고….
장자(莊子)는 꿈을 꿔도 나비가 장자가 되는지 장자가 나비가 되는지 헷갈리는 꿈을 꾸는데
나는 화끈한 로보트 액션 꿈을 꾼다.
이 나이에….
문학적 상상력에 별 도움이 안되는 캘거리에서 그나마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이 따뜻한 4월의 어느 한 잔인한 날에…
아직도 뒤통수는 따끈따끈하게 쑤셔온다.
아 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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